SPC의 제과제빵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기존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본사에서 기존
매장보다 더 큰 카페형 매장으로 바꿀 것을 권유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에 응했다. 확장 리뉴얼에 대한 부담은 점주인 A씨가 부담했다. A씨는 “매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계약을 안 해줄 것이란
압력을 은연중에 받았다”며 “2~3년에 한번씩 반복되는 계약 갱신 때마다 확장 리뉴얼 강요로 점주들은 2~3년 동안 얻은 수익 대부분을 리뉴얼
비용에 투자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빼빼로데이(11월11일)에 이어 연말에 잇달아 엄청난 물량을 떠안아야 했다. 본사에서
영업관리 직원들에게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와인 판매 할당량을 떠넘기고 이를
가맹점주에게 팔도록 하는데, 영업직원과의 관계 유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량을 모두 받을 수밖에 없었다. 빼빼로데이 때도 영업관리 직원들이 갖고 오는 세븐일레븐 상품권 물량을 B씨가 책임졌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C씨는 ‘모르는 게 약’이란 표현을 절감했다. 프랜차이즈 본부가 공급해 주는 음료용 시럽을 ℓ당 1만6500원에 제공받아 써왔는데, 근처 시장에선 ℓ당 1만5000원에 팔고 있었다. 그렇다고 본부가 제공하는 제품을 안 살 수도 없어 ‘바가지 재료’를
구매하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계약서상 ‘갑’의 지위를 악용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강자의 횡포’가 계속되고 있다. 7일 한국
공정거래조정원과 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 사이의 분쟁이 꾸준히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일부 문제일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그만두고 싶어도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노예계약’부터 가맹
사업점에서 사용하는 종이컵·젓가락·비닐봉지 등 물품까지 ‘강매’하는 등 ‘도’를 넘어선 횡포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찬열 민주당 의원이 수집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관행은 황당한 게 많았다. 가맹점주가 본부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 경우 중복되는
상권에 다른 대리점을 신설하기도 하고 행사 상품들을 일정량 강매한 후 이에 대한 반품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본사의 복리후생 차원에서 직원들이 가맹점의 상품을 구매할 경우 10∼20% 할인해 주는 것도 본부에서 보전해 주지 않고 가맹점에 부담시키기도 했다. 재계약 시점에 확장 리뉴얼을 강요하고 이 과정에서 아직 사용 가능한
냉장고, 제빵기 등을 새것으로 교체하라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엔 ‘오더맨’이라 불리는 가맹영업대행사들의 횡포까지 더해져 가맹사업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의 권익도 많이 높아져서 본사에서 함부로 계약을 해지하고 횡포를 부릴 수 없다”며 “실제 제보되는 건수 중엔
개인의 이익을 위한 신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가맹점과 본부 간 분쟁은 크게 느는 추세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07년 172건이던 가맹사업 관련 분쟁 접수 건수는 2008년 291건으로 늘었고 2009년엔 357건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지난해엔 34% 증가한 479건이었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111건이나 접수됐다.
2008년 2월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가맹사업 관련 분쟁 접수 총 1273건 중 ‘가맹계약해지 및 가맹금 반환’이 590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한 갱신 거절의 철회’도 91건이나 됐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안 좋아지다 보니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많아져 분쟁조정으로 오는 일이 많아졌다”며 “특별한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사건처리가 가능하며 가맹사업거래 분쟁조정협의를 신청하면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관계자는 “일단 계약이 이뤄지면 프랜차이즈 횡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계약 전에 정보공개서 확인은 물론 주변 상권을 철저히
분석한 뒤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는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내놓은 이찬열 의원은 “가맹본부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가맹사업자에게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계약조건을 강제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노예관계’라고까지 일컫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본부가 점주에게 ‘부당하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가맹계약 갱신을 이유로 가맹사업자에게 불필요한
시설교체 또는 투자 확대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은 9월부터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